억울하면 인터넷에 호소하라는 외교부이런 사건을 또 현정부와 결부시키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사실 한국정부의 이런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죠. 김대중, 노무현 정권때도 마찬가지였고 또 그 이전 정권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서 엿볼 수 있는 의식 하나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국민을 굉장히 싸구려로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싸구려에 불과한 국민들 따위에게 어찌 감히 높으신 관료들이 손수 나설 수 있느냐란 의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물론 한국인들 개개인을 들여다봤을때 전반적으로 사기꾼도 많고 어거지도 잘 쓰는 등 일본이나 서양인들과 비교했을때 국민들의 수준이 낮은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허구헌날 배깔고 드러눕고 뗑깡 부리는 게 습관이 된 민족이니 사실 저도 좀 짜증이 나긴 하며 정부의 입장을 아주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외국에서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외면해서는 안되는 일이겠죠. 더군다나 국민을 싸구려로 취급하여 그러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국민을 싸구려로 취급하다보니 과거엔 국민이 관공서에 가서 서류 하나를 떼는 것도 참 힘들었습니다. 공무원이 국민에게 서비스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지요.
감히 높으신 귀한 몸인 공무원이 싸구려인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개념이니까요. 그래서 예전엔 모든 관공서 업무가 국민 위주가 아닌 공무원 위주로 돌아갔습니다. 여기서 바로 그놈의 권위주의라는 것이 나오게 되죠.
그나마 근래에 들어선 좀 많이 개선이 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외교관의 경우엔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교관님들은 외쿡인님들과 '영어'가 가능하신, 공무원에서도 상층에 속하는 공무원이시거든요. 사실 국내적으로 봤을때도 그렇습니다. 요즘 관공서의 대국민 서비스가 좋아졌다고 해도 대부분 8,9급 공무원이 담당하는 것이지 6급 이상의 상위 공무원께서 직접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뭔가를 하신다는 개념은 없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외국에서 사건, 사고에 휘말려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청하면 "영사님이 그런 거나 하시는 분인 줄 아세요"라는 상식 이하의 말이 되돌아오기 일쑤입니다. 근데 이건 사실 상식 이하의 말이 아니라 어찌보면 한국적 분위기에선 굉장히 당연한, 상식적인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민은 싸구려인데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죠. 아마 제가 영사님 입장이래도 같은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이건 부정할 수 없지요.
결국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영사 개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그렇다고 또 정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아니, 물론 묻긴 물어야죠. 하지만 근본적인 책임에 있어선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가 뭔가 변화를 해야 된다는 뜻이죠.
일단 사회 전체적으로 국민들을 이대로 싸구려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겁니다. 국민들이 싸구려로 취급되다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젊은 남성들에게 고작 월급 10만원 주고, 아무런 보상도 없이 군대로 끌고가서 실컷 부려먹습니다. 심지어 나라에 수혈용 피가 모자르면 병사들의 피까지도 아무 문제의식도 죄책감도 없이 수탈을 하며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비용 한푼도 들이지 않고 복구 사업에 동원되곤 합니다.
남자들이 사회에 처음으로 나오자마자 군대부터 가게되는데 사회에 첫 발걸음을 내딛일 때부터 벌써 첫단추가 잘못 꿰어집니다. 그리고 이건 결국 평생을 가게 되며 결국 국민 스스로도 그렇고 정부와 관료님들도 그렇고 결국 한국국민=싸구려라는 것이 암묵적이고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왜곡된 관념으로 딱 고정되어 자리를 잡게 되며, 또한 여기서 이제 권위주의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잘못된 연쇄고리들을 근본적으로 끊을 수 있는 전사회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ps
이런 기사를 접하면서 아프가니스탄 납치 사건에선 정부 차원에서 열렬히 대응했으면서 소말리아 해적 납치 사건 등등에선 시큰둥하게 대응하냐며 기독교에 대한 피해의식을 보이시거나, 혹은 현 정권과 연계시키시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심심치 않게 보여지는데 그건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김선일씨의 경우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희생자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죠...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갑자기 정부가 납치범들의 요구를 다 수용해주는 시점이 바로 한국여성들에 대한 성폭행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였다는 겁니다. 외신에 의해 당시 납치당했던 두 명의 한국여성이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오고 있으며 그녀들을 차지하기 위해 아프간 납치범들끼리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정부를 화들짝 놀라게 했고 발빠르게 움직이게 만들었었죠.
만약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한국여성들이 납치되어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있으며 소말리아 해적들끼리 한국여자들을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외신이 나오면 그때도 정부로선 발빠르게 대처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점을 통해 한국의 민족주의가 바로 섹스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단 청나라 화냥녀나 일제시대 위안부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지금만 봐도 그러한 셈이죠. 물론 애초에 민족주의에 있어서 자민족 여성에 대한 어떤 섹스나 결혼 등에 있어서의 독점권은 필수적인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국의 민족주의에선 그것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크게 작용하고 있기도 하죠. 뭐 이것도 역사적으로 침략을 많이 받아 특히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수탈당했던 지옥같은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함이긴 하겠습니다만....
하지만 민족국가의 정체성이 아니면 당장 국가의 유지가 거의 불가능한 대한민국의 특성상, 어쨌든 민족주의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이런 부분에서의 신속한 개입은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기독교 권력이 작용했다는 등의 피해의식을 가질 부분은 아니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 이런 문제를 너무 음모론적 정치 논리로 비화시키는 것도 과도한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덧글